공자는 정말 길 한복판에서 똥 싸는 사람을 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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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는 공자가
'길 한복판에서 똥을 싸는 사람은 교육이 안 통하니 피해야 한다'
고 말했다는 일화가 퍼져 있다. 사실일까?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공자의 어느 경전이나 어록에도 그런 말을 한 사실은 없다.
아마도 웃대의 '드레이븐'이라는 유저가 2020년에 지어낸 말이 원천으로 보인다.
참고로 저 드레이븐이라는 유저는 '좆토피아' 등 다른 희대의 명언들을 많이 만들어낸 걸로 유명하다.
"하긴... 사람을 아끼는 것(仁)과 배움의 중요성을 한평생 가르친 공자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리는 없겠지."
"아, 근데 비슷한 논조로
'교화 자체가 불가능한 노답종자'
에 대해 깐 적은 있긴 함 ㅋㅋㅋㅋㅋ"
"????????????"
그것도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제자한테 한 소리다.
공자에게는 약 3천여명의 제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제자 10명을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고 한다.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자공, 염유, 계로, 자유, 자하, 그리고 문제의
'재여(또는 재아)'
다.
재여는 언변만은 뛰어났지만, 지나치게 실리적이고 도덕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에, 도덕을 중시한 스승 공자가 자주 꾸짖었다.
아니, 자주 꾸짖은 수준이 아니라 논어에서 재여한테는 화내는 장면밖에 없다.
다른 제자들은 그래도 가르치려고 꾸짖는데.
양화편 21장에서는 재여가 삼년상은 너무 길다며 1년상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자 공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너는 고작 1년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냐?"고 깠다.
그리고 재여는 "네 편한데요." 라고 쿨하게 대답한다. 공자는 어이를 상실했는지, 재여가 나가자 뒷담을 깐다.
"사람은 태어나고 최소 3년 동안은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그에 보답하고자 삼년상을 치르는 것인데,
재여는 부모에게 사랑받은 기간이 3년도 안 되는가 보다."
옹야편 24장에서는 재여가 공자에게 '착한 사람은 잘 속일 수 있는 거 아님?' 이라고 한심한 질문을 한다.
"인덕이 있는 사람은 비록 누가 와서 ‘우물 안에 사람이 빠져 있다’고 말해도 따라서 우물에 들어가 사람을 구하겠습니까?"
공자는
착한 것과 멍청한 것은 전혀 다른 것
이라고 나무란다.
"어찌 그렇게까지 할 수야 있겠는가. 군자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구하게 만들지, 본인이 구하려 들지는 않는다.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아예 사리분별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팔일편 21장에서는 노나라 애공이 재여에게 사당의 유래에 대해 묻자, 재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를 한다.
"하나라에서는 사당에 소나무를 심었고, 은나라에서는 잣나무를 심었으며, 주나라에서는 밤나무를 심었는데,
이는 백성들로 하여금 전율(겁먹고 벌벌 떨게)하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사당이 백성들 겁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리)
공자는 이것을 듣고
"이미 이루어진 일인지라 말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끝난 일인지라 바로잡을 필요도 없고,
이미 지나간 일인지라 책망할 필요도 없어졌다."
라며, 재여가 이미 야부리를 턴 이상 소용이 없다며 자포자기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야장편 9장에서, 재여가 대낮에 공부도 안 하고 낮잠이나 자고 있는 걸 보고 공자는 한탄한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장을 쌓을 수도 없다. 그러니 내가 재여를 꾸짖어도 무슨 소용인가?"
(朽木 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杇也 於予與 何誅, 사자성어로 줄여서 후목분장朽木糞牆)
뒤이어 "내가 옛날에는 그 사람이 하는 말만 듣고 그가 실천할 것을 믿었는데, 이제는 말뿐만 아니라 행실도 같이 보게 된다.
내가 재여 덕분에 참 많이 배웠다.
" 라고 비아냥거린다.
그 후, 사마천의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따르면, 재여는 나중에 제나라의 관리가 되었다가 반란을 일으키고 실패해 멸족당했다.
자기 말도 더럽게 안 듣고, 끝내 헛짓거리나 하다 죽은 옛 제자 때문에 공자가 많이 수치스러워했다고 전한다.
(다만 저 반란 이야기는 잘못된 기록이라는 후세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아무튼 10대 제자 중 한 명임에도, 이렇게 스승한테 오직 욕만 디립다 처먹은 재여의 삶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인의예지와 교육을 강조한 공자님도, 교화가 불가능한 노답은 포기했다는 재밌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앞으로는 노답종자를 봐도,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공자가 실제로 한 말(후목분장朽木糞牆)로 까도 될 것이다.
3줄요약 :
1. 공자가 '길 한복판에서 똥 싸는 놈은 교화가 불가능하니 피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2. 대신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을 쌓을 수 없다(후목분장朽木糞牆)'라고 노답종자를 깐 적은 있다.
3. 심지어 그 대상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제자인 재여(또는 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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