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 '수동'소총을 '자동'으로 막개조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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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눈사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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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자동소총이 군대의 표준이지만 100년 전에는 갓 시작한 신기술이었고, 자동장전소총 (self-loading rifle) 대부분이 보병총에 비해 정확도가 낮았다 보니 소총이라면 무엇보다도 한 발 한 발의 정확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당시 기조에 반대되어서 퇴짜를 많이 받았고 (이것 때문에 이 시절 소총들의 가늠자는 2 km가 넘는 거리까지 설정할 수 있는 게 기본이었음) 아직 잘 쓰고 있는 제식소총을 굳이 비싸고 탄 낭비하는 자동소총으로 전격 교체할 필요성을 다들 별로 못 느꼈음


그래서 등장한 다른 선택지가 "보병총이 자동 장전이 되게 개조하면 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이미 생산된 소총을 개조하는 것이니 제조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군대 입장에서 정말 민감할 탄약, 부품 수급 같은 보급 문제가 새 총을 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수월해지겠지?


이게 진짜 좋은 생각으로 뭇 군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시기가 바로 1차 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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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맨땅에 사람 줄줄이 세워놓고 일제히 사격하는 전열보병 짓을 하다가 참호를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서로 땅을 야금야금 파먹으며 가까이 붙어서 싸우는 일이 더 많아짐

즉 2 km 넘는 거리에서 알보병이 소총 사격을 할 일 자체가 없어진 것

이 때가 보병총 자동화 개조의 짧은 역사의 진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들 한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소총들이 이 때 시제품으로 많이 개조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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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머전 당시 영연방의 제식소총 리엔필드 No. 1 Mk.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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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당신의 소총은 하웰 자동소총 (Howell Automatic Rifle)이 되었다!

이 녀석이 자동소총 개조의 아주 좋은 예시인데 어떻게 작동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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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오른쪽에 붙은 기다란 관 안에 가스활대와 스프링이 들어 있는데, 발사하는 순간에 밀려들어오는 가스가 기존 노리쇠 손잡이를 조작하는 캠을 밀고, 수축한 스프링은 그걸 다시 전진시키는 역할을 함. 기존 손잡이 부분에 덕지덕지 달린 것들은 순전히 자동으로 후퇴하는 노리쇠에 사람 다치지 말라고 막는 장치들일 뿐이고 대부분이 이런 구성요소를 그대로 따르고 있음

즉 이런 개조의 골자는 "수동으로 조작하던 노리쇠를 어떻게 자동화하는가" 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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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허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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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개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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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신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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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신 토카레프 아조시의 손을 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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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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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제 기관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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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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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 녀석」 말인가?


근데 이런 개조 설계들을 만들어 놓고 보니 큰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총 내부에 기관을 들일 자리가 없어서 밖에다 모든 걸 만들어 두니 병사들이 험하게 쓰다 보면 고장날 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음

그렇다고 어떻게든 총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어거지를 쓰다 보면 점점 기존 부품이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재활용한다는 기존 개념이 엎어져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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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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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 스웨덴의 스나브 (Snabb)개조 키트인데 어느 나라의 어느 제식소총이라도 거기에 맞는 키트를 만들어 개조해 주겠다고 했지만 내부구조가 정말 지랄맞고 한 번 분해하면 조립하다 대가리 깨버리고 싶을 정도라 아무도 대량주문을 하지 않았음


결국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군대들은 여전히 볼트액션을 주류로 고수했고 차라리 반자동소총을 별도로 처음부터 개발하기 시작함


그렇다면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뻘짓이었을까? 이들 중 성공한 사례가 딱 하나 있긴 한데 2차 세계대전 도중에 뉴질랜드에서 개발된 찰튼 자동소총 (Charlton Automatic Rifle)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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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영연방 출신인 만큼 리엔필드나 그 이전 세대 리메트포드 같은 도태된 보병총을 자동으로, 그것도 현대의 자동소총이나 경기관총에 가까운 개념으로 전자동 개조하는 프로젝트였음

사실 기본적인 작동방식 자체는 위의 하웰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용도에 맞게 좀더 실용적으로 개선했을 뿐인데, 당시 뉴질랜드가 갖고 있던 루이스 기관총을 물자가 부족한 영국이 줬다 뺏어 버렸고, 그 와중에 일본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맞물려서 이거라도 만들지 않으면 좆된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음. 시기적인 영향이 좋게 작용해 성공한 거라 생각됨


어쩌면 역사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자동소총 개조인 찰튼을 끝으로 대부분 군대의 제식소총 자체가 최소 반자동, 가능하면 전자동 기능을 갖고 채용되는 시기가 오며 더 이상 이런 몸비틀기는 군에서도 민간에서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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