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56년 전의 허례허식 금지법 때문
허례허식 금지법? 그런 것도 있었나? 싶겠지만
1969년 3월 5일 대한민국 정부 관보 (제5188호)에 실린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허례허식 금지법의 떡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음
출처:
https://theme.archives.go.kr/viewer/common/archWebViewer.do?bsid=200301054402&dsid=000000000002&gubun=search#2
당시 VIP의 담화문을 간략히 줄여보자면
"지금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조국근대화 하기 바쁜데, 관혼상제에 음식이 어떻니 술이 어떻니가 뭐가 중요하냐? 제때 관혼상제 지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전통을 지키는 것이니 불필요한 과시와 체면치례는 없애자!"
다른 말로, 스드메 금지법이라고 보면 편함 ㅇㅇ
1968년에 '가정의례준칙에 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정부 공포로 시행되었고
1969년에 이 법률에 의거하여 VIP가 고시한 것이 바로 가정의례준칙
가정의례준칙의 내용은 다음과 같음
결혼식은 신랑 혹은 신부의 집이나 마을회관에서 치룬다
청첩장은 보내지 않는다
화객은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
주례를 서는 사람이 신랑신부에게 혼인신고서에 서명하게 한다
혼인신고서는 결혼식 당일에 내야 한다
집들이는 당일치기로 해라
장례식에서 조문객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다
조문객은 근조화환을 보내지 않는다
장례는 5일 이내로 치른다
공공묘지와 공공납골당에 죽은 사람을 모시는 걸 원칙으로 한다
혼인이나 장례 외에도
제사를 지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메뉴얼이 담겨 있음
https://ko.wikisource.org/wiki/가정의례준칙_(제15호)
아니 세상에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정부가 정하는 게 말이 됨?
대통령이 독재 하려고 내세운 명분의 하나일 거 아냐
ㄴㄴ 이 당시 신문 기사를 보면 꽤 납득할 만함
1968년 11월 7일, 경향신문 기사
'국민 총소득액의 8%가 각종 의례의 뒷치다꺼리로 쓰여져 해마다 1천4백억원이나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서
국가예산의 반이나 되는 이 돈을 경제 발전을 위한 內資(내자)로 동원했으면 하고 정부는 바라고 있지만 ㅡ '
1968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약 2214억원
이 당시 정부 예산의 60%에 해당되는 금액이 결혼식, 장례식, 제사 등에 낭비
현재로 비유하면 정부예산 656조 중 350조에 해당되는 금액이 낭비된 셈이니 엄청난 금액인 것
하루에 두 끼 챙겨먹기 힘든 사람들도 사채까지 써가며 결혼, 장례, 제사에 몰두하고 있었고, 중산층 정도 되는 집들도 제사 한 번 치룰 때마다 가세가 흔들리는 일이 적잖게 있었고
심하면 아예 대신 울어주는 사람들을 고용하다가 파산하는 경우까지도 있었음
아
만들 만도 했구나
VIP는 한 발 더 나아가서 1973년에는 강력한 처벌조항까지 만들었는데
청첩장, 부고장을 개별적으로 보내거나
결혼식 장례식때 답례품 (감사의 표시로 주는 물건)을 주고받거나
음식과 술을 접대하거나
화환 등 각종 장식물을 사용하면
5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하는 항목을 만들었다
+참고로 이 처벌조항은 98년에 위헌 판결로 사라짐
???: 에이 재수없어....독재자 주제에
쓸데없이 서민 생활에나 간섭하고
근데 사실 이렇게 욕하는 사람들도
검은 양복에 완장을 차고, 근조 리본을 달고, 꽃장식에 영정을 올려놓은 장례식을 1번이라도 했을 거다
이런 상차림의 제사도 최소 한 번 쯤은 겪어봤을거다
이거 다 그때 대통령이 만든거임
참고로 저 준칙 자체는 아직도 살아남아 있긴 함
강제성이 없는데다 사실상 사문화되었기에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죽은 준칙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