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은이 김씨지 이씨도 아닌데 왜 북한이 조선?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26228?sid=100
비인적비용, 연합훈련비, 미국 전략자산 전개 및 유지·보수 비용을 합쳐 대략 50억 달러라고 가정해보자. 또 한국이 이들 비용의 전체를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현재보다 방위비 분담금은 5배 가까이 늘어난다. 대선 유세 때 10배를 부른 트럼프의 요구에 비하면 선방하는 것일까?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주한미군을 붙잡아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만약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지만,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주한미군 존재 자체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하다. ‘창조적 파괴’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딜레마는 줄이면서 한국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는 북미관계에 있다. 트럼프는 한국을 상대로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조선을 상대로는 5년 넘게 단절된 북미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는 어울리는 짝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은 한미(일)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동맹 강화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 조선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야심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보다 더 근본적인 방향을 향할 개연성도 있다. 그것은 바로 조선과 적당한 타협을 이루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적당한 타협이란 비핵화는 사실상 내려놓고 북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한을 비롯한 군비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중재를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트럼프로서는 ‘조선의 ICBM 위협으로부터 미국은 안전해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 한미연합훈련 및 미국 전략자산 전개 축소나 중단으로 ‘미국 예산을 대폭 아낄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조선-중국-러시아-이란의 반미 연대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힘을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게 된다’고도 할 것이다.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 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며 노벨상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아울러 조선의 ICBM 제한으로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며 한국을 설득하려고도 할 것이다.
트럼프가 이렇게 접근해올 경우
김정은
이 호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국내에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인지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목표’이고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를 지키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시각에 머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도그마에 빠져있을수록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초할 수도, ‘패싱’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는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인상되고 북미대화의 결렬로 조선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전쟁 위기가 일상화되거나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주한미군 50% 감축과 확장억제 유지’가 한미동맹의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미래라고 본다. 세계 5위 수준에 도달한 한국의 군사력과 미국의 중장거리 투사 능력을 고려할 때, 이렇게 해도 한미동맹 본연의 임무는 수행할 수 있다.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은 한국 방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한미군을 줄이면 한미 모두 관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수원 등 군공항을 주한미공군 기지로 이전해 관련 지역의 숙원을 해결할 수도 있다. 조선과의 군비통제 및 군축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극심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란 이런 것이 아닐까?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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