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의 희생자와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애도와 위로를 보냅니다. 또한 마지막까지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기장님과 부기장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Go-Around, 복행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착륙을 위해 Approach를 취소하고 다시 이륙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절차상에서 엔진은 수 분간 최대출력으로 가동되며, 기어와 Flap은 Raised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항공사고 역사를 봤을 때, 그 동안은 G/A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 G/A를 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조종사에게 언제 G/A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조종사는 minimum 고도에서 활주로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G/A 해야 합니다. 이를 어겨서 일어난 사고가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입니다.
조종사들이 적절한 시점에 G/A를 실시하지 못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기장과 부기장의 미묘한 상하관계, 정시 착륙에 대한 압박, G/A 판단 권한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착각함 등등.. 심지어 외국인 기장과 한국인 부기장이 G/A를 할지 landing을 할지 서로 싸우다가 사고가 발생한 케이스도 있습니다(앞선 예시들 모두 국내 항공사에서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되자, 항공사에서는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기장/부기장 중 한 명이 G/A 선언을 하면 반드시 G/A를 하라고 강조하는 것 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G/A가 안전한 착륙을 보장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착륙시 Bird Strike를 당하는 경우인데요. Approach 단계에서 엔진은 저출력으로 가동됩니다. 항공기 엔진은 새와 같은 이물질 흡입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는 정상작동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그것을 지키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때는 엔진에 새가 빨려들어가도 큰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Bird Strike 이후 G/A를 위해 엔진을 최대출력으로 가동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Bird Strike 상황에서 엔진의 손상 정도는 새의 크기, 개체 수에 비례하지만, 엔진 출력에도 비례합니다. 엔진 블레이드가 고속으로 회전할 수록 엔진에 누적되는 Damage는 더욱 커집니다.
유럽 항공 안전청은 항공사에게 Bird Strike에 관해 조종사에게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라고 강조하는데요. 이 때 반드시 지켜야하는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short final 에서 Bird Strike를 당하면 G/A하지 말라는 것 입니다.
제주항공 2216편은 Bird Strike 이후 4분만에 기존 활주로와 반대방향으로 착륙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복행 후 재착륙이 15분 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서둘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뜻 입니다. 1차 접근 당시 제주항공 2216편은 Gear, Flap이 내려온 상태였고 정상 착륙 고도보다 매우 낮게 날았습니다. 이는 Short final 이 대단히 unstable 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Bird Strike와 함께 조종사가 G/A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보여집니다.
아직 FDR, CVR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조종사가 Flap, Gear 없이 활주로의 43% 지점에서 착륙한 이유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제발 쓰레기 정보만 포함하고 있는 뉴스를 소비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연료를 버려야 했다, 기체가 오래됐다 등등.(737-800은 fuel jettison 시스템이 없으며 기체는 4시간 동안 연료를 충분히 소비했습니다)). 현재로선 기어가 고장났는지 유압이 빠졌는지 그 어떤 것 도 알 수 없으며 무안공항의 둔덕은 사고의 환경이지 사고의 원인이 아닙니다(로컬라이저 안테나는 콘크리트가 아닌 철골 구조물로 건설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4분만에 급격한 선회와 착륙을 했던 것으로 보아 유압은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애초에 엔진이 모두 고장나 유압펌프가 작동을 멈추어도 엘레베이터 에일러론 러더 플랩은 전기모터로 작동되는 STBY 시스템으로 작동시킬 수 있으며 Gear 또한 수동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 알 수 있는 것은, Bird Strike 이후 4분 동안 비행기는 급선회 이후 착륙할 수 있는 조종성이 살아있었으며, Gear와 Flap을 Raise 할만큼 유압이 살아있었다는 것 이고, 이는 Approach를 계속하는 것이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착륙했을 확률이 더 높았다는 근거가 된다는 것 입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항공사는 조종사에게 Short final 시 Bird Strike 상황에 대한 대처훈련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무안공항의 localizer 와 같은 활주로 종단 콘크리트 구조물은 ICAO 규정대로 fragile 한 철골 구조물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사고 조사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 입니다. 부디 이번 사고가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