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철학과 선배(추정)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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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눈사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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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철학선배, 조회: 815, 줄수: 336

Re 1: 확실한 대답입니다(현실적조언)


일견 현실적 조언을 구하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님께 철학에 관해 현실적 조언을 해드리자면 한 마디로 철학은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님이 사셨다는 마르크스 평전 보시면 철학하다가 마누라, 딸자식 전부 굶겨죽였다는 말이 나오지요.

소쿠리데스 마누라 얘기 아시나요?

결코 나쁜 여자가 아닙니다. 가난을 싫어하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진정한 철학자에겐 그게 현실이랍니다.


그리고 진짜 철학자는 언제나 살아있을 당시에는 인정을 못받고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오히려 철학으로 득을 보는 사람들은 죽은 철학자를 무덤에서 끌어내어 두꺼운 주석을 달고 괴롭히는 불한당들과 높은 학위 얻어와서 당대 학계를 지배하는 이리 같은 사기꾼들이지요.

철학사 책을 펴고 위대한 철학자들 중에 제대로 살다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살펴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욕을 얼마나 많이 얻어먹고 죽었는지 보세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으신가요. 각오는 되셨나요?

요즘은 대학에서 철학과가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외국서 박사해도 강사 자리 하나 못얻어서 애타게 놀고있는 불쌍한 분들이 많습니다.

강사하며 행상을 한다 해도 시간 당 껌값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자식이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생이 되도 그 신세 벗어나지 못하여 울고계신 분들이 있답니다.

돈이 없어서 남들 다 시키는 고액과외 못 시키고 자기나온 대학도 못보내는게 현실이지요.

그러면 한국사회는 학벌로 질근질근 밟는데 그걸 보는 부모 심정 이성적인 철학자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돈 없어도 1등하는 옛날이 좋았지요.


그래서 힘들게 철학 전공해서 교수 되려면 차례가 올 때까지 그만큼 또 세월을 보내며 알맞게 늙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쯤 되면 남들은 다 출세하고 외모만 뛰어난 연예인들도 한탕에 수십억을 버는데 말입니다.

또한 철학 하면 아는게 많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입을 다물고 살아야 합니다.

말하려면 강의나 작품으로 말해야겠지요.

그러나 철학과를 나와서 반드시 철학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취직해도 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것이 두고 두고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렀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과보다도 생각하는 것을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철학과 입니다.

앞으로는 생각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철학이 성공을 위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철학을 잘못 공부해서 정신을 오류로 채우고 일반인보다도 떨어지는 사고를 하며 비현실적인 몽상가, 천재적인 바보가 되어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위에 자기 글 지우지 말라고 글 쓴 사람 보이시죠.

한번 올라가서 구경해보세요. 중학생이 보아도 참 신기하지요.

이게 극단적인 예증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잃은거지요.

철학도는 늘 이런 위험에서 안전할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많은 철학책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사람의 건전한 사고력을 땅에서 들어올려 하늘로 보내버리기 때문에 잘못하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고 구덩이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많은 철학도들이 이런 증상을 쉽게 보입니다.


그리고 철학을 하고 철학과를 가기 위해 철학책을 읽는다고 하셨는데 한국은 참으로 아이러닉한 교육제도로 말미암아 철학책을 읽느라 참고서 외우기, 문제집 오징어 눈깔 그리기에서 남보다 소홀히하면 입시에 성공해서 서울대 철학과를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 버립니다.

물론 국어나 논술은 잘 하겠지요. 그러나 입시에 반영되는 여타 많은 과목들에서 오직 문제집만 쌓아가고 있는 막강 시험 킬러, 고액과외로 잘 구워진 바베큐 돼지들을 상대해서 살벌한 입시경쟁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여 서울대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이상적으로, 철학책을 읽으면 사고력이 좋아져서 수능도 잘한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그냥 교수님들이 하는 소리시고 현실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중학생인 님도 경험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서울대철학과에 들어오고 싶으시면 철학책을 읽을게 아니라 시험과목만 댑다 파시는 게 현명한 것입니다. 정히 철학에 관한 책을 읽고 싶으시면 서점에서 < 논술정답 이렇게 써라 >에 있는 모법답안을 읽고 외우는 일로 조금이나마 갈증을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철학과에 들어오게 만드는 것은 철학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수능시험 과목 전체성적과 논술, 철학과 아무 관계없는 내신이란 사실을 아시길 바랍니다.

그 시기에 이것을 하지않고 철학책을 읽게 되면 철학과 아무 관계 없는 학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랍니다. 철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야 설대철학과에 오는게 유리해집니다.

철학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다른 대학 다른 학과에 가야한 다는 것을 멀지 않아 깨닫는 지성을 갖길 진심으로 바라며 부디 이 선배의 현실적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언젠가 강의실에서 기쁜 마음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참. 그리고 중고생에게 많이 추천되는 철학책으로 오래 전에 나와 스테디셀러가 된 도올 김용옥 선생의 <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 > 라는 책이 있습니다. 중고생을 위한 철학책으로는 가장 잘된 책 중에 하나입니다. 그만큼 또 많이 보는 책입니다. 저는 중2때부터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 때문에 인생에서 결코 지우지 못할 손해를 볼뻔 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철학을 하기 위해선 "모든 것을 의심 하라"는 말이 나오고 "수학빼곤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나 참고서의 지식이 사실 구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요즘 역사 교과서 문제를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전부 입시를 지향하고 있고 그 내용이란 것이 권력이 영향을 준 생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걸 주입 시킨다는 것이 중등교육이고 그 달성도를 측정한다는게 시험입니다. 입시는 거의 대규모 국가시험으로 행해지고 시험이란 제아무리 사고력 어쩌구 저쩌구해도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며 수험이란 임의의 문제에 대해 그 정답을 선취해서 똑같이 외우고 암기의 편의를 위해 이해반복, 자신의 정신을 그에 맞게 길들이는 오랜 작업입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교육이 인독트리네이션(주입받는 인격이 무시되고 검증되지 않은 신념을 강압이나 인센티브를 동원해 불어넣는 일)이고 교육당국은 기본적으로 학생을 중세인으로 보고 있다며 근대적 자아를 가진 사람은 어학과 수학, 사 이외의 학문분야를 소년시절 배우는 것을 피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김용옥은 여기에서 역사란 것도 믿을만한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도는 한번 그렇게 형성된 정신은 거의 평생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권력이 시험으로 주입도를 평가하여 충분히 주입된 인간은 주류로 만들어 기득권을 주고 나머지는 지식계에서 제거하고 학벌과 경제적 수단으로 억압한다는게 보통인데 기존 지식을 모두 비판하고 확실한 지식을 찾으려는 김용옥이나 쇼펜하우어 같은 근대적 인간의 교설에 심취하게 되면 데카르트 같은 의심병이 생겨 근대인이 되는 나머지 중세인(니체적으로 말하면 낙타형인간)일 적에는 아무 비판이나 의심없이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내용들을 흡수하다가도 저런 말을 책에서 읽고 근대적 자아가 눈을 떠서 근대인(비판적사고, 의심하고 대결하는 사자형인간)이 되버리는 바람에 교과서를 믿지 못하고 하나하나 다 따져봐야 할 것 같고 남들은 술술 읽고 암기하고 휙휙 넘어가서 문제집도 풀며 빨리 빨리 나가는데 분석하느라 질 질 끌게되고 선생에게는 학습부진아로 비치고 진도를 놓쳐 성적이 나오질 않게 되는 병을 앓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일찍 철학에 눈을 뜬 사람의 비애입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1차원적인 수험공부는 끝난 얘깁니다.

내가 이것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한지 모릅니다.

그나마 뒤에 알아차렸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고3까지 갔으면 아마 지금 울고 있을 것입니다.

회복 하는데 숱한 밤을 뜬눈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도 겨우 턱걸이 했습니다.

제 짝궁이었던 전교에서 1등하던 친구가 고2때 "그냥 외워라. 암기가 최고다."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수험 망해서 졸업식날 그저 쓸쓸하게 강당 한 켠 이슬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사색하느라 공부를 못했다 이것입니다. 의심하고 따지느라 빨리 진도를 못나갔습니다.

수험공부에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속도의 미학입니다. 속도를 무시한 공부는 수험공부가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수험생과 연구가의 다른 점입니다. 누가 먼저 속도에 있어서 승리하느냐가 수험의 관건입니다.


그런데 의심하고 자시고 하면 이게 안됩니다. 그래서 중세시대에는 철학하면 화형당한다는 것입니다. 님은 부디 화형 당하지 않길 바랍니다. 철학책을 멀리하고 참고 지내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근대가 오면, 자유로운 학문세계에 들어오게 되면 그때 철학책을 읽으십시오.

한국에선 좋은 대학 들어와서 학벌을 얻어야 학문세계에 낄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철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권력이 지어준 집 위에서 사고를 다시 시작해나가야하는데 과연 내가 이 것을 벗어나 자유롭고 독창적인 철학가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현상학도 공부하고 그랬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이러다가 다른 많은 지식인처럼 자신이 독창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조종당해 확대재생산과 역사발전을 가로막고 현상유지에 기여하게되는 것은 아닌지.. 결국 기득권이 바라는 것은 이것이지만 철학도가 이런 일을 위해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독창적인 사고를 하고 오늘날 각지에 숨어사는 자유정신에게 길을 터주는 사회가 온다면 그들에게 배울 수 있겠지만.. 원체 아기장수는 싹부터 자른다는 교육관에 충실한 우리사회 의 전통?상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지.. 결국은 님이 선택해야 하는 일이지만..


^^ 그래도 정히 철학적 욕구가 지나쳐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거나 어린 나이에 큰 일을 당해 자아가 붕괴되어 파탄난 인격을 재활하고 싶은 나머지 철학책을 참고해야겠다면, 차라리 쉽게 형이상학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독일고전음악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사이트나 음반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하나 예로 줄테니 이런 음악을 찾아 들으면 됩니다. 철학보다 더 철학적이고 만족을 줄 겁니다.


작성자는 이 글의 출처를 검증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뜬금 없이 FM코리아와 여성시대에서 이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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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9년도 이전에 나온 이야기면 적어도 지금은 결과가 나오긴 했을텐데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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