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진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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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숨소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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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나는 작은 it 회사에 취직했다.

기획자로 2년 일했다. 게임, 앱, 컨텐츠, 시스템 등등 무수한 걸 기획했고

몇 개는 실제로 현장에 설치도 되고 운용도 잘 되고 있다.

스팀에 게임도 하나 올렸고 구글 스토어에 앱도 몇개 올라갔다.


너무 재밌었다. 막 고성에 출장가서 이틀씩 있고 주말에 논산에 처박혀서 일하고

포괄이어서 야근 수당이나 출장 수당도 못 받았지만 너무 재밌었다.

덕업일치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그래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얼마 안가 스카웃 제안을 받았다. 월 400준다는데 혹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퇴근하고 병원갔다가 집가는 길에 전동 킥보드 타고 내리막 내려가다가 1cm 짜리 턱에 걸려서

전방으로 발사되어 왼손목이 복합골절되었다. 3주간 입원 했고 외고정술이라고

팔에 나사 박고 프레임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너무 박살나서 손목에 못 박을 데가 없었거든.


그리고 퇴원해서 복귀했는데 한팔 병신이라 일 효율도 떨어지고 

집에서 니 혼자서 관리 안되는 거 같으니 내려와서 아버지 일 도우라고 해서

결국 팔 낫는대로 일 그만두고 내려갔다. 금전적으로는 그게 괜찮아 보였거든.

근데 일이 워낙에 안 맞았다. 처음 하는 일이기도 하고 중간 관리쪽 일이라 부장님들에게 쿠사리도 잔뜩 먹고

신입이라 박봉이고 주말에도 일하고 그랬음. 물론 포괄이라 수당은 못 받았다.


결국 12월에 병가를 받기로 했다.

죽겠더라 아킬레스건 염증은 군대에서 다치고 만성으로 바뀌어서 어쩔 수 없다 치는데.

양무릎 힘줄염, 양손목 힘줄염, 방아쇠 수지 증후근, 안와종양으로 수술, 뇌수막종 등등

온몸이 무너지더라 결국 우울장애까지 걸려서 12월 1주만 일해서 마감쳐놓고 12월 병가 내기로 했음.


그래도 서울에서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 주식으로 불려서 내 돈 걱정은 이제 없는데.

졸라게 후회됨. 그냥 거기서 혼자 자취하던 시절이 좋았는데.


가족에 좀 집착하는 성격이라 부모님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다가 조졌네 같은 느낌으로

부모 원망도 하게되고 하더라.

그래도 힘든 시기 다같이 극복하고 아버지 일 도와주면서 가족 전체 살림이 나아져서 노후 걱정이

없어진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내 몸이 중요하다.


수술 2번이나 크게 하면서 좀 느낀 게 정말 인생은 한번이다.

하고 싶은 거 꼭 하면서 재능있고 재밌는 일을 찾아라.

돈은 목돈 모아서 투자나 다른 방식으로 벌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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