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있는 그대로 걸작으로 '브루탈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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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눈사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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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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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브루탈리스트'(2월12일 공개)는 시대를 역행해 영화의 존재 의미를 증명한다. 온 세상이 도파민을 외치며 즉각적인 자극에 탐닉할 때 브래디 코베(Brady Corbet·37) 감독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도달하려는 경지만 바라보며 최적의 속도로 나아간다. 러닝타임 215분, 서곡과 인터미션, 비스타비전과 70㎜ 필름 카메라 촬영. 그리고 오리지널 각본. 이 작품은 한 때 영화라면 으레 해야만 했던 것들을 공들여 수집해 바로 지금 영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간다.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쌓아 올리며 정교하고 치밀하게. 극 중 라슬로 토스는 말한다. "내 건축물은 전쟁을 견뎌 살아 남았고 앞으로도 세대를 넘어 살아갈 겁니다. 내 건축물은 어떤 침식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이건 흡사 영화를 만드는 코베 감독의 태도가 아닌가. 말하자면 '브루탈리스트'는 클래식을 갈망하는 걸작이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라슬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가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번 사업가 해리슨 밴 뷰런(가이 피어스)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브루탈리스트'는 웬만한 영화에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야심으로 그득하다. 가상 인물 라슬로 토스의 곡절 많은 인생엔 아픈 역사가 있고, 예리한 철학이 있다. 예술의 순수와 자본의 잔인이 있고, 건축으로 비유된 영화와 영화를 기어코 압도하려는 건축이 있다. 쇠퇴하는 시대의 자격지심과 떠오르는 시대의 열등감, 나약하기 만한 사랑과 강인하나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랑이 있다. 삶의 공허와 아이러니가 있다. 코베 감독은 이 모든 걸 아우르는 형식과 기술로 찰나의 폭발과 영원의 울림을 동시에 겨냥한다. 215분은 길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브루탈리스트'에만큼은 정합하는 시간이다.


놀아조는 뉴시스 기사의 일부만 발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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